
모든 사람을 위한 서비스는 없다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서비스 기획, 개발, 운영을 해오면서 일부지만 고객 응대도 직접 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직접 읽고 정중히 답변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한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드백은 건설적이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 번은 자신을 교정전문의라고 밝힌 사용자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다. “왜 이용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광고를 띄워 불쾌하게 만드느냐”는 내용이었고, 심지어 주변에 부정적인 평가를 퍼뜨리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확인해보니 이 사용자는 한 번도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 무료로만 사용해온 분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의 진짜 가치와 그 뒤에 숨어있는 비용에 대해 사용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료기기 산업의 숨겨진 비용
의료기기 산업은 일반 산업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갖는다. 산업용 현장에서 사용하는 스크류 한 개가 20원이라면, 치과에서 사용하는 유사한 스크류는 14,000원에 달한다. 그 700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인허가, 규제 준수, 임상 테스트, 리스크 관리 등 — 의료기기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들이 이런 비용 구조를 만들어낸다. 까다로운 검증 과정과 규제기관의 인허가 절차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 특성은 교정진단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시장의 대부분 솔루션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억 원의 인허가 비용과 수년에 걸친 개발 시간, 그리고 각국 규제당국에 매년 납부해야 하는 수천만 원의 유지비용이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기비용 없이 월 구독료만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향상된 기능을 웹에서 장소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여러 연구를 통해 교정진단학 분야에서 정확성과 실용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높은 개발 비용과 규제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실질적인 가치를 경험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로서의 감정 관리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다 보니 제품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앞서 언급한 메일을 받았을 때도 솔직히 당황스러웠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최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드리려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나 역시 교정전문의이자 치과교정학 박사로서 교정학의 발전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입장에서, 전문가 간의 기본적인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아쉬움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오히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해주었다.
진정한 고객을 향해
이런 경험과 별개로, 감사하게도 우리 서비스는 새로운 기술에 열린 진취적인 치과의사분들의 신뢰와 관심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용자층은 점차 넓어지고 있으며, 그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없다.
가치에 공감하지 않는 고객까지 끌어안으려 하면 오히려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를 해칠 수 있다.
진정한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