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대학병원 인턴이 끝나가던 시절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에 나는 Head First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는데, 개념을 잡기도 좋았고 내용도 재밌어서 술술 읽혔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의 어떤 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개발자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있었다(조금은 과장이 있었을 수도 있다.). 휴양지 호텔 라운지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 과일 음료를 마시면서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있는 곳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시점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서비스의 대상이 전세계라니.
나는 당시에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아무튼 그런 환상이 좋은 동기가 되긴 했지만, 치과의사가 백지상태에서 홀로 독학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너무 지루했고 길을 잃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독특한 틈새 영역을 찾았고(너무나 당연히도 내가 프로그래밍을 가장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전공의 특수성과 조합되어 우위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모습으로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교정의사로서의 삶과 개발자로서의 삶에서 조화를 찾는 것이 아직도 너무 어렵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삶이 완전히 잠식되고 있다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느끼는 영역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성취들을 통해 희열들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갖춘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