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의 힘

[익숙한 것들의 힘]

조금씩 때가 타고 있는 병원의 치과체어, 학생 때부터 손에 익은 교정용 플라이어, 10년이 되어도 여전히 잘 작동하는 큐어링 라이트기, 생활먼지가 묻은 노트북.
오래되고 익숙한 도구들이 조화롭게 움직여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익숙한 것들이 탄탄하고 꾸준한 힘을 발휘한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들은 저력이 있다.
익숙한 것들에 소중함을 느낀다.

[독립적인 존재를 가까이]

의존하는만큼 약해진다.

독립적인 존재들을 가까이 해야 한다. 독립적 관계에서 진짜 상호이익이 추구된다.

[몰입하는 자체가 행복]

어머니는 당신의 한평생 동안 식당을 운영해오셨다. 어릴적 나는 일만 하는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휴일도 주말도 없는 삶이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늘 밝으셨다. 활력이 넘치셨고 직원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어머니를 무척 좋아했다. 나는 어머니를 존경했지만 쉼이 없는 어머니의 삶이 안쓰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월드컵을 보면서 위대함의 반열에 드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았다.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는 삶이 어떠할지 문득 궁금했다. 그들의 삶도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나머지 전체를 희생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관리하고 훈련한다는 것이 어떨까. 상상하기 어려운 힘든 일이리라. 그 치열함으로 이끄는 동력이 무엇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순간에 몰입하는 것

니체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목표가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강렬하게 ‘몰입해 있는 그 상태’가 행복이다. 도달된 상태가 아니라 추구하고 있는 동적 상태가 행복이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삶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그러한 어머니의 삶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진료가 쉬는 날에는 웹셉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평일에도 진료가 쉬는 짧은 틈 시간에도 웹셉의 일을 처리한다. 퇴근을 해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됐던 어머니의 모습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다.

신기하게도 몸이 부치는 정도가 아니면 몰입한 상태에서는 그다지 피로를 못느낀다. 강한 피로가 몰려오는 순간은 내가 지금 뭐를 해야할지 모를 때다.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는 상태이거나 그 문제에 몰입하고 있을 때는 믿기지 않게도 그 일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피로도 거의 못느낀다.

행복은 도달된 어떠한 상태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오르는 몰입한 동적상태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여정 속 몰입된 순간에 행복이 있다.

[무리가 없는 나의 삶]

토요일 출근 길. 출근 전 느끼는 적당한 긴장감. 출근길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명상.

출근 후 일상의 루틴. 진료 전 차트리뷰. 회사 이메일 체크. 명상. 틈틈이 하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단순한 삶. 진료 전 직원들과의 가벼운 대화. 원장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무리가 되지 않는 순조로운 진료. 환자와 보호자분과 가볍게 소통할 수 있는 여유. 진료과정에 대해 설명드릴 수 있는 여유.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진료실.

나 주변의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한다. 무리가 없는 나의 삶에 감사한다. 오늘도 무사히 좋은 진료를 했음에 스스로를 칭찬한다. 지치지 않는 적당한 노동이 있는 나의 삶을 감사한다. 듣고 싶은 유튜브를 듣고 좋아하는 간단한 음식과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퇴근길을 누릴 수 있는 삶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