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읽고 느꼈던 것들 정리
무엇이 대체 불가한 일이 되는가. 나에게 어떠한 유일한 특질(성격, 지식, 재능, 기호 등)이 있고 그것이 고유한 영역을 창조하는 일을 할 때 그 일은 대체 불가한 영역이 된다. 경쟁하는 특성이 있는 일에 나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창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사업의 화려한 면은 본질이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화려한 면이 보였다면 그것은 목적이 있는 메시지이거나 지극히 순간에 지나지 않는 면이 과장된 것이다. 진짜 기적은 동굴 속에 들어가 고독을 견뎌 내고 묵묵히 할 일들을 해내는 시간 속에 일어난다. 학창 시절 때도 그랬었다. 합격이라는 순간의 강렬함이 기억에 남지만, 그의 수십 수백 배의 시간은 동굴과도 같은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묵묵히 혼자 이겨내는 시간이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설렘의 달콤한 감정이 도취하게 만들지만 결국 묵묵히 나의 내면을 다지고 홀로 이겨내는 지루한 시간이 본질이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행복은 불행하지 않은 상태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사실 생리학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두려움’ 하나만이 남는다고 한다. 0과 1로만 구성된 디지털 세계처럼, 사람은 ‘두려움’의 상태에 놓여 있으면 불행하고, ‘두려움’이 없는 상태면 행복하다고 한다.
관계에서 행복과 불행은 어디서 오는가. ‘두려움’이 유일한 변수라면 관계에서 무엇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관계가 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관계를 맺다 보면 ‘종속성’이 생기게 된다. 의존하는 만큼 약해진다. 독립할수록 강해진다.
상호 독립된 상태로 지속 가능한 관계인지 고찰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종속적인 관계가 되어 가고 있다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하는 관계이다. 누군가 나에게 의존할지언정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독립된 자아로서 온전히 서야 한다. 관계로부터의 완전한 자유에서 관계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유독 획일화된 환경에서 획일화된 정보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너와 내가 사는 모습은 아주 유사하다. 몇 세에는 몇 제곱미터의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고, 요즘은 어디서 놀고 무엇을 먹어야 해야 한다는 등 내가 따라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정보들이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인 양 떠들어 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개원을 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관계들로부터 단절되었다. 외롭고 불안했다. 누군가의 의견과 주변 정보의 노출 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해야만 하는 환경이 강제로 조성되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치과의사로서는 꽤 괴짜의 삶을 살게 되었다. 불안한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린 순간의 결정들, 누적되어온 나의 결정들에 지금은 너무 감사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경험하고 누리고 있는 것의 가치는 세상 사람들이 알 수 없다. 오직 나만이 그 가치를 느끼고 그로부터 내가 나의 삶의 주인임을 온전히 느낀다. 그러한 경험들이 우아하고 고급스런 경험이거나 그렇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 직면하는 낯설고 곤란한 상황들. 누군가와 갈등하고 나에게 직접 실망감을 내비치는 불편한 경험들. 나를 보는 시선이 바뀌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나는 나의 일을 계속 해야만 하는 순간들. 불안하지만 내면을 다독이며 일단 한 걸음 내지르고 보자는 일면 무모한 순간들이 그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좋은 일이었다. 지나고 나니 정말 좋은 일이 되었다. 나를 가장 많이 가르치고 성장시킨 선생님은 그런 역설적인 상황들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안다. 타의 인정은 불필요하다. 내가 느끼고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모습 그대로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지금 나에게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근본적으로 삶이 고독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상호 독립적 관계가 나에게 존재한다. 그렇다는 사실이 정말 좋고 감사한다.
삶은 가볍고 유쾌하게 대해야 한다. 나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그래야 하고, 나의 일을 대하는 자세가 그래야 한다. 심각하지 말고 그저 즐겨야 한다. 때로는 그냥 질러야 한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런 결실도 없다. 오늘의 내가 밤 늦은 시간을 동굴 속에서 이겨내고 있는 이 시간이 내일의 나를 위해 내가 오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