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과 밀실
치과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대학 동기와 어딘가를 다녀오는 지하철 안에서, 앞으로 치과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는 치과의사로 많은 돈을 벌고, 그 여유를 바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치과의사로서 삶의 기반을 지키고,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통해 더 큰 성취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후,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친구는 지금 잘되는 치과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주말이면 골프도 즐기며, 예전부터 꿈꿔왔던 삶을 실현해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지만, 환자분들과 직원들과의 좋은 관계 속에서 즐겁게 진료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웹셉(WebCeph)이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쉬는 날이면 회사 일로 먼 길을 다녀오기도 하고,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 있는 조금은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
삶은 결국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광장(진료실)과 밀실(웹셉).
현재 전혀 다른 두 공간을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균형이 쉽지 않다.
때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공간이 주는 각자의 의미에 감사하고 있다.
진료실은 나에게 직업의 본질을 상기시켜주고, 환자 한 분에게 더 깊이 집중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또한 진료실은 새로 등장하는 치료법들을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고민과 통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웹셉은 내가 진료 속에서 마주한 불편함과 바람을 기술로 구현하여 혁신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두 공간이 서로를 자극하고 보완하며 연결되어 있다.
두 영역의 경험이 교정학 분야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